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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자립의 5조건

by 이미행복 2020. 6. 19.

자립의 5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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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일체감을 갖던 직장을 떠나게 되면 사회적 존재감의 상실로 불안감을 갖게 된다. 때로는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피해 의식이라는 마이너스 사고에 함몰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필요한 것이 바로 자립의식이다. 후반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자신이 주체가 되어 충실한 삶을 위한 인생을 경영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인생은 회사라는 큰 배에 올라탄 선원의 입장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의 인생이라는 배에 선장이 되어 항해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보트를 갖고 있는지 아니면, 수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1. 심신의 건강

필자가 오랜만에 한 선배를 만났다. 현직에서 물러났다는 소식은 오래 전에 들었는데 그 동안 별다른 활동이 없는 걸 바람결에 듣고 있었다. 그런데 선배를 보는 순간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면서도 ‘정말 이 사람이 그 선배 맞아?’ 하며 내 눈을 의심하였다. 선배를 마지막으로 본 게 3년 전이었는데, 불과 3년 만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늙은이로 변해 버렸다. 선배가 앓는 마음의 병에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퇴직 후에는 특히 정신 건강(멘탈 헬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식사와 운동으로 체력 관리를 하지만 정작 멘탈헬스에 관해서는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볍게 넘어간다. 그러나 우리는 정신 건강이 곧 신체 건강이고, 그것이 전부임을 건강을 잃은 후에야 무릎을 치며 동의한다. “심신만 건강하면 노후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어” 하고 말하는 한 선배의 이야기가 가슴에 울린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아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법이다.

2. 정신적인 자립

C씨는 모처럼의 인도여행에서 여행 내내 온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는데 홍콩에 들렸을 때는 불면증이 없어지면서 평온해졌다. 인도에서의 불면증은 그가 그들과 다른 모습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서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을 때 안심하는 것인데, 그러한 집단을 떠나 혼자가 되었을 때의 두려움과 공허함을 여하히 견디어 낼 수 있는가가 정신적 자립의 잣대이다. ‘누군가가 ~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타인에게 의지하거나 ‘그 때가 좋았지’ 라고 불평을 거듭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고독을 견디는 정신적인 힘이다. 이 또한 자립의 범주에 속한다. 어떤 모습이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라! 스스로 사고하고 행동하라!

3. 경제적인 자립

생활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나이 들어 염려되는 것 중의 하나가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지 못하는 것인데, 경제적 자립은 인간 존엄의 근원으로 정신적 자립의 실제적인 요건이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노후를 준비하자. 경제적인 자립을 이루지 못해 노후가 힘들고 어려운 이들이 서슬 퍼렇게 외쳐대던,‘이래뵈도 나도 한 때는 잘나갔다구!’ 를 할 일 없는 노인들의 노망 초기증세로 치부하던 일들이 내게서 되풀이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는 추억을 먹고 사는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더라도 말이다.

4. 신변생활의 자립

자신의 생활주변 관리가 가능한가를 말한다. 조직에 있을 때는 부하 직원에게 시켰던 일들이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 되는 일들이 많아진다. 사회적으로 내노라하는 자리에 있던 사람일수록 신변에 관한 일체를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재취업교육 중 가장 인기있는 과목이 컴퓨터 교육이다. 또 퇴직 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데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웃지도 동조하기도 어려운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러한 부적응이 비단 지하철이나 버스 뿐이랴. 아무리 번듯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식사나 화장실 청소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 아내나 다른 이의 어깨 넘어라도 부지런히 배워두어라. 어느 날 불현 듯, 가정에서도 혼자 남는 날이 오게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인생의 위기관리는 먼저 자신의 신변과제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5. 신뢰의 네트워크

먼 친척보다는 가까운 타인이라는 말이 있다. 거주 지역에서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면 당신은 현명한 사람이다. 설령 없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만들면 된다. 그 방법으로는 거주 지역의 활동에 부지런히 참여하는 것이다. 복지관, 지역 동호회, 종교시설 등을 열심히 오가다보면 어느 덧 호흡이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이들을 만나게 된다. 풍요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물질적인 풍요만이 아닌 일상사를 허심탄회하게 논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 많이 두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족 뿐만이 아니라 같이 이야기할 상대가 있다는 즐거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있다는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인간관계가 필요하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퇴직한 후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스스로가 직장일이라는 매개체로 관계를 맺으며 얼마나 편협하게 살았는지를 통감하게 된다. 이제는 서로의 인생사를 나누며 함께 늙어갈 지인이 필요하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아니라 몇 걸음만 떼면 만나는 동네 친구 말이다.


(라이프커리어전략연구소 오영훈 소장)